[인터뷰]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서점은 오래 삶의 한 축으로 두고 싶어요.”

독립서점을 여는 일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점을 10년 동안 운영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책의 재고를 관리하고, 손님이 찾는 책을 들여놓으며, 때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생계를 위한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전망 좋은 서울 해방촌의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문학서점 ‘고요서사’도 그렇게 10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고요서사의 아늑한 공간에서 차경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출판사에 있다가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 비문학 분야를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파리에 친구를 보러 갔어요. 어느 날 밤이었는데 영업이 끝난 서점에 조명이 밝게 켜져 있더라고요. 근데 서점에 유명한 사람들 얼굴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고 봤더니 책을 진열한 영화 서점이었어요. 그때 저런 서점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즈음 편집자 경력이 거의 10년 차를 앞두고 있을 때라 일을 계속할지 아니면 파트를 옮길지 아니면 마케터로 바꿀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때 서점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비문학 편집자였던 그가 문학 전문 서점을 낸 이유를 물었다.

“사실 제 전문은 인문 사회인데 그 분야를 하는 게 좋을까 하다가 너무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여유 시간이 있을 때 읽었던 게 주로 소설이어서, 정말 한 줌의 취향을 가지고 하면 일하는 게 아닐 것 같았죠. 사실 그때는 길게 할 생각 없이 3년 정도만 하고 다시 출판사로 돌아갈 생각이었거든요.”

그랬던 고요서사는 어느덧 그의 삶에서 중요한 한 축이 됐다. 1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장 큰 건 고정비가 적다는 거고요. 10년 동안 건물주께서 월세를 거의 안 올리셨거든요. 처음부터 큰 규모로 창업할 생각이 없었어요. 퇴직금을 바탕으로 작게 시작해서 인테리어도 친구들과 함께 페인트 칠하고 했거든요. 다행히 처음 몇 달은 모아둔 돈을 사용했지만, 이후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어요. 독립서점이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저를 갈아 넣어서 행사도 많이 하고 모임도 많이 하면 먹고살 만하고요. 근데 체력이 떨어져서 안 하면 남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고정비가 높게 시작을 했다면 엄청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은 공간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기회도 같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딱히 무리해서 욕심을 내지 않아서 지금껏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고요서사의 10년은 좋아하는 마음 만으로 유지된 시간은 아니었다.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하고, 무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해 온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만 살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차대표는 요즘 서점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재미뿐 아니라 경제적인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전한다.

문학서점인만큼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큐레이션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는지 궁금했다.

“큐레이션은 사실 신간 리스트를 보거나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아요. 저도 출판사를 다녔으니까 보도 자료를 충실히 썼는지 보면 편집력을 알 수 있고 감이 오죠. 그리고 미리 보기도 이용하고, 실제로 보고 다 읽지는 못해도 살펴보면 알 수 있어서 어렵진 않아요. 물론 기획 코너를 만들거나 할 때는 당연히 오래 걸리긴 하죠. 근데 사실 재고 관리하는 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책이 이번 주에 쫙 빠졌는데 거기에 신간까지 들이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더 팔릴지 아닐지를 판단하고 예산을 맞추는 영업 관리가 제일 어려워요.”

서점에 책이 충분히 놓여 있지 않으면 방문객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서점 입장에서는 팔릴 가능성이 불확실한 책을 무작정 들여놓을 수도 없다. 독자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과 재고 부담을 줄여야 하는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책을 고르는 일은 취향의 문제이지만, 책을 얼마나 들여놓을지는 경영의 문제다. 문학서점의 개성과 지속 가능성은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유지될 수 있다.

고요서사는 혼자 운영하는 서점이다. 한때 외부 일이 바쁠 때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운영과 관리를 대부분 혼자 맡는다. 인건비 부담과 운영 여건을 고려해 휴무일도 늘렸다. 서점의 문을 여는 시간뿐 아니라 문을 열지 않는 시간을 결정하는 것 역시 운영의 일부다.

고요서사는 ‘1쇄 독서단’을 비롯해 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기억하는 행사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서점에 완전한 변곡점이 되어 준 행사들이 있어요. 한강 작가님이 참여하셨던 <소년이 온다> 릴레이 낭독회도 그렇죠. 서점 초기에 어떤 행사에 갔다가 한강 작가님을 처음 뵙고 명함을 드렸어요. 그러다 광주 항쟁 기간에 낭독행사를 했는데 하필이면 행사 홍보하는 중간에 부커상을 타신 거예요. 갑자기 유명해지시고 책도 동나면서 못 구했던 시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남은 책으로 참가비용 없이 열었는데 마지막 날 작가님이 연락 없이 와 주셨어요. 그걸 계기로 10년 단골이 된 분들도 계시고, 즐겁자고 한 행사들이 사실은 서점을 키워가는 데에 도움이 된 경우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오신 분들이 또 다른 인연으로 도움이 돼서 사실 실망스러웠던 행사는 거의 없어요.”

출판업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는 그가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했다.

“저는 도서전에 사람들 관심이 늘어난 다음에는 오히려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도 군산 북페어 가기로 했다가 직전에 취소했어요. 너무 안 가는 것도 좋은 건 아닌데, 저희 서점이 지리적 위치가 언덕이고 번화가와 떨어져 있잖아요. 마포도 아니다 보니까 출판사 분들도 많이 안 오세요. 처음엔 신기해서 한두 번씩 오셨는데 거리에 문제도 있고, 제가 출판사랑 협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제가 심사나 문학 관련 일을 하지만 친한 작가들도 별로 없어서 외따로 있는 느낌이에요.”

그는 출판계를 향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출판계에 안 좋은 모습이 싫어서 떠난 것도 있지만, 출판계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도서전 뒷얘기도 매년 나오는데 참여하는 출판사들 잘못이 아닌 비판할 대상은 따로 있으니까 말을 얹기가 애매한 거죠.”

마지막으로 앞으로 출판과 독립서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는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출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계속 있으니까요. 문제는 수요인 사람이 공급도 하니까 어떨 땐 공급이 더 많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리고 독립서점을 찾는 독자들의 기대도 달라졌어요. 저는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책을 파는 건데, 가끔 저에게 가격이나 패키지를 예쁘게 한다든가, 어떤 서점은 다른 걸 더 얹어준다든가, 이런 걸 바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제가 꾸준히 듣는 질문이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책 있나요?”인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앞으로 독립서점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최대표는 고요서사를 삶의 한 축으로 두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서점만으로 자신의 모든 삶을 채우기보다는 또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고 말한다.

“처음 5년 동안은 재미와 열정만으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이거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에서 ‘이거 하면 나한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으로 바뀌니까 신기하게 기획력도 떨어져요. 즐거운 것만 하기에는 나의 미래도 생각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미래만 생각하면 즐거운 일을 못 하게 되니, 이 양단의 균형을 맞추는 게 지금도 어려워요.”

고요서사의 다음 10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점을 계속 운영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고, 좋아하는 마음과 현실적인 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시간을 찾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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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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