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3년 출간된 에인 랜드(Ayn Rand)의 <파운틴헤드>는 출간 되기 전 무려 12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그런데 거절 이유가 흥미롭다. 바로 너무 지적이고 논쟁적이라는 것.
당시 평론가들은 소설의 지적 밀도가 너무 과해서 소설로서의 감정적 완성도를 해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소설이 아니라 철학 강론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적인 감정 교류를 하기보다는 관념적이고 지적인 설전을 벌이거나 긴 독백과 연설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설이 감정적으로 차갑고 지나치게 계몽적으로 느껴진다는 것.
<파운트 헤드>는 타협하지 않는 천재 건축가 하워드 로크(Howard Roark)의 삶을 통해 ‘집단주의에 맞서는 개인주의와 창조적 자아의 가치’를 그린 대작이지만, 비평가들의 지적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그만치 1200쪽에 달하는 2권으로 되어 있는 엄청난 분량과 어려운 문장들은 소설을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게 한다.
특히, 소설 후반부 하워드 로크의 법정 최후 진술 장면은 인물들의 대화가 지나치게 높고 복잡한 수준의 지적·철학적 담론으로 채워져 있어 독자에게 과도한 정신적 에너지와 이성적 집중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파운트 헤드>가 갖는 시대적 상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유한 유대인 약사의 딸로 태어난 에인 랜드(Ayn Rand)는 개인주의와 극단적 자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독창적인 철학 사상인 ‘객관주의(Objectivism)’를 창시한 인물이다.
객관주의는 “현실은 인간의 의식과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철학적 전제에서 출발하여 인간이 자신의 이성을 활용해 세상을 인식하고, 개개인의 행복과 창조적 자아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삶 방식을 옹호하는 철학 사상이다.
소설 <파운틴헤드The Fountainhead>는 이성의 원칙에 따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건축가 하워드 로크의 일과 사랑을 담은 철학적 로맨스 소설로, 에인 랜드에게 처음으로 명성과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소설은 스스로 사유하고 창조하는 로크와 같은 인물과,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의존해 살아가는 피터 키팅, 게일 와이넌드 같은 인물의 대비를 보여주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자신의 자아와 창의적 신념을 지키는 것이 최고 가치임을 강조한다.
어찌보면 지금의 시대와 맞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1982년에 생을 마감한 에인 랜드는 사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헨릭 입센과 토마스 만에 비견할 만한 미국 지성사의 주요 인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