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전] 복수를 위해 모성을 버린 메데이아

기원전 5세기는 아이스킬로스(Aeschylus)와 소포클레스(Sophocles) 그리고 에우리피데스(Euripides)가 거의 동시대를 살며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을 탄생시킨 아테네의 전성기였다.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상연했던 고대 그리스 비극은 지금의 서양 연극과 문학의 기틀이 된 스토리의 원형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남편의 배신에 극단적인 복수를 감행하는 여자의 심리를 다룬 그리스 문학의 걸작이다.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고린도에 정착해 살던 메데이아의 남편 이아손이 성공과 야망을 위해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메데이아는 남편에게 배신 당하자 극심한 절망과 분노에 빠지는데 이런 메데이아의 분노와 마법 능력을 두려워한 크레온 왕은 메데이아와 두 아들에게 당장 코린토스를 떠나라는 추방령을 내린다.

메데이아는 크레온 왕을 설득해 단 하루의 유예 시간을 얻어내고 참혹한 복수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메데이아는  거짓으로 이아손에게 사과하고, 두 아들을 시켜 새 신부인 공주에게 축하 선물로 치명적인 독을 바른 겉옷과 왕관을 전달한다.

결국 공주는 독으로 인해 온몸이 타들어 가며 죽었고, 딸을 구하려 껴안은 크레온 왕 역시 함께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다.

메데이아는 여기서 머추지 않고 남편 이아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절망을 안겨주기 위해 자신의 두 아들을 직접 칼로 살해한다.

뒤늦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이아손 앞에서, 메데이아는 태양신 헬리오스가 보낸 용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피투성이가 된 두 아이의 시신을 안은 채 공중으로 떠오른다.

한때 눈 밑에 점을 찍고 복수를 펼치던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여자의 복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이야기 속에 수많은 여자의 복수가 등장하지만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복수를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무시무시한 여자다.

요즘 시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격적인 복수의 막장이 이미 2500년 전에 떠올린 이야기라니!

메데이아는 자식보다 복수가 먼저였던 어찌 보면 그 지독한 집착이 징그럽기도 한 여자이지만 그녀에겐 다른 면이 존재한다.

사실 메데이아는 신성한 혈통을 받은 반신이며,  강대한 마법과 약초 지식을 지닌 대마법사 키르케 여신의 조카이자 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이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 혈통이다. 신은 아니지만 신에 버금가는 능력이 있는 그녀에게는 복수를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 복수란 실행할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1983년 영국 작가 페이 웰던(Fay Weldon)의 소설 ‘에덴의 악녀(The Life and Loves of a She-Devil)’는 성형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복수를 하는 이야기 구성의 클래식이 되었다.

복수를 위해 눈 밑에 점을 찍든 전신 성형을 하든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건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모든 복수 스토리에는 이전에 없는 능력으로  업그레이드된 주인공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런 주인공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열광한다.

이 자극적인 복수의 시작에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가 있다.

Copyright ⓒ 에디토리얼 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기사의 무단 전재나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나경 에디터

ynk89@editorialtimes.co.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