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교수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 감사의 말을 담아 10만부 기념판을 펴냈다.
저자 김상욱 교수는 감사의 말에서 “물리학자가 보기에 10만이라는 숫자 그 자체에 큰 의미는 없다”며 “많은 사람이 나의 이런 노력을 응원하는 것 같아 공부하는 길이 외롭지 않다”고 적었다.
이 책은 쉬운 책이 아니다.
전자 배치로 푸는 주기율표, 해당과정의 열 단계, 리보솜의 단백질 합성, 신경세포를 오가는 이온의 흐름까지 건너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사랑받은 이유는 과학을 하나로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원자에서 출발해 별과 생명을 거쳐 인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화학·생물학·뇌과학·정보과학을 한 권에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통합과학’의 성인 버전”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요즘 책 읽는 사람은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출판 시장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학책이 3년 만에 거둔 10만부라는 사실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성인 종합독서율은 38.5%로 2년 전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과학은 그중에서도 좁은 분야로 대한출판문화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과학 신간 발행 부수 비중은 1.2%로 13개 분야 가운데 가장 낮았다.
요즘 출판계에선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다.
저자 김상욱 교수도 “사실 이 책이 이렇게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이 책을 골랐다. 출간 반년 만에 18쇄를 찍었고, 지난 6월 28쇄에 이르렀다.
2023년 예스24·알라딘 독자 투표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고, 용인시와 광주·전남의 ‘올해의 책’ 목록에도 올랐다.
교보문고가 올해 4월 발표한 ‘최근 10년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서는 9위에 올랐다.
10위 안에 든 책 가운데 여덟 권이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같은 번역서였고, 나머지 두 권은 모두 김상욱의 책으로 6위는 <떨림과 울림>, 9위가<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었다.
우리는 과학을 물리·화학·생물로 나눠 배우지만, 저자의 말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다.
이 책은 원자에서 물질로, 별과 지구로, 생명과 인간으로 존재의 층위를 차례로 오르며 흩어진 지식을 한 흐름으로 잇는다.
과학을 다시 공부하려는 어른에게는 길잡이가, 통합과학을 배우는 청소년에게는 교과서 너머의 큰 그림이 된다.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통합과학’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과학 지식만 전하지 않는다.
한 독자는 서평에서 “과학책이면서도 철학책 같고, 물리학책이면서도 삶을 성찰하게 한다”라고 썼다.
원자와 별을 설명하던 책은 어느새 신과 죽음, 사랑을 묻는다. 죽음조차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라고 말한다.
저자 김상욱은 과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을 펴낸 바다출판사 편집부는 “과학 전체를 한눈에 보여 주는 책은 그동안 해외 명저의 몫이었다. 국내 과학자가 쓴 본격 교양서가 이 어려운 시장에서 10만 독자를 만났다는 건, 한국 과학 교양서에 새로운 표준이 생겼다는 뜻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