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

지난 2023년 타이완 문학상 금전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대만 작가 데라오 데쓰야(Terao Tetsuya)의 단편 소설집 <탄흔>이 드롬 출판사에서 새로 나왔다.

데라오 데쓰야의 본명은 차오성하오(曹盛濠)으로 대만에서 차세대 작가로 빠르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탄흔>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은 ‘제헝’을 화자로 삼아 소설의 주제를 이끌어 가는 <플라나리아> 연작을 비롯해 린룽싼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남겨진 이들의 외로움을 그린 <주간 고속도로>와 엘리트 대학생들의 좌절과 실패를 다룬 <건강병>과 함께 어린 바둑기사의 천재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후회와 집착을 그린 <눈사태가 일어날 때>와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복잡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몰입형 어쩌고저쩌고 성장 체험 캠프> 그리고 얽히고 설킨 인물과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내며 소설집을 마무리하는 <라스베이거스>까지 담아냈다.

이 책은 하나의 단편에서 스쳐 지나간 인물이 다른 단편의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하며, 독자는 각자의 입장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인물들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각각의 단편을 하나의 세계로 엮어낸다.

데라오 데쓰야는 이들의 삶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거침없는 욕망과 치욕, 비뚤어진 애정과 성적 욕구까지 숨김없이 눈앞에 펼쳐 보인다.

처음에는 낯설고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인물들의 행동은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조금씩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서사가 어느 순간 삶의 이야기가 되고, 동의할 수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이 어느 순간 하나의 감각이 된다.

데라오 데쓰야가 그려내는 세계는 허무하지만 끈질기고, 처절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정하다.

그는 섬세한 손가락으로 상처를 두드리듯, 우리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건드려 고통에 공감하게 한다.

<탄흔>은 세상이 정한 시스템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그 바깥을 꿈꾸며 고통스러운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러나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성공과 실패, 욕망과 치욕,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삶을 끝까지 응시할 뿐이다.

그리고 아홉 편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그들의 욕망과 고통은 오래도록 독자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 ⓒ 에디토리얼 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기사의 무단 전재나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은 에디터

kje@editorialtimes.co.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