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복서가 출판사에서 침묵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담아낸 흥미로운 책이 새로 나왔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존 비게닛 (John Biguenet) 의 저서 ‘침묵’에서 문학·음악·사회학·과학·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형체도 질량도 없는 ‘상태’에 가까운 침묵이 주체이자 객체로서 인류와 주고받은 영향을 탐구하고, 계급과 권력 관계를 폭로하는 척도이자 예술과 내면을 탐구하게 하는 적극적인 매개체로서 침묵이 품어온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잡음이 범람하는 오늘날, 고요를 향한 열망이 치솟으며 침묵은 사고파는 고가의 상품이 되었다.
온갖 돌발적 잡음으로 가득한 공항에서 부가 비용을 내고 라운지에 입장하듯, 소음과 침묵의 분리는 곧 사회 계층의 분리를 실현한다. 부자들은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울렁거릴’ 정도의 침묵을 구매하는 반면, 가난한 이들은 도로와 공장에 둘러싸여 일상적 소음에 시달린다.
침묵이 부자의 사치품이라면 소음은 가난한 자의 질병이며 불평등을 드러내는 계급장이다.
반면, 강자 집단이 약자들에게 침묵을 강제할 때도 있다. 권력의 수호를 위해 침묵을 무기로 휘두르는 경우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약자의 목소리를 지우려 한 역사적 비극의 전형이라면, 여성이 자주 발언권을 빼앗기는 현상은 일상적 차별의 예시다.
한 연구는 다양한 구성의 집단에게 길을 물은 사례를 종합한 결과, 거의 늘 남성이 최종적인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맡았다고 밝힌다. 일상에서 겪는 예사로운 침묵은 역사적 비극에 비해 극적이진 않지만, 오히려 그 점 덕분에 침묵이 사회와 기존 권력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잘 드러낸다.
복복서가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와 깊은 인문적 통찰을 전하는 에세이 시리즈다.
각 권마다 한 가지 사물을 조명하며, 그 사물을 통해 확장되는 뜻밖의 흥미로운 지적 모험을 선사한다.
‘해리 포터’를 출간한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한국어판으로, 100여 권 넘게 출간된 시리즈 가운데 특히 새롭고 흥미로운 사유를 던지는 12권을 선별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지식산문 O’의 O는 지적 발견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감탄사(Oh)이자,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을 응시하는 관찰(Observation)의 시선을 뜻하기도 한다.
독창적이고 깊은 시선을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새로운 통찰의 지평이 열리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각 권의 구성과 형식이 자유롭고, 학자부터 기자, 예술가, 러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참여해 저마다의 깊은 사유를 다채로운 서사로 전한다.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작고 콤팩트한 판형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농밀한 독서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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