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미여사’ 라는 닉네임이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가족극>이 북로드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나왔다.
<가족극>은 가족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할 말이 없고, 한집에 살아도 각자 방문을 닫고 각자의 화면을 들여다본다.
정작 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SNS 너머, 커뮤니티 너머, 이름도 모르는 익명의 존재일 때가 많다.
<가족극>에 등장하는 가즈미, 리쓰코, 미노루, 요시에는 이 아이러니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나 각자 딸, 엄마, 아들, 아빠의 연인 역할을 맡아 가상의 가족을 연기했고, 그 관계는 실제 가족보다 더 끈끈해 보였다.
그러나 ‘아빠’ 역의 도코로다 료스케가 살해되면서, 이 안전했던 무대는 순식간에 붕괴된다.
“저희는 도코로다 씨와 진짜 가족이 된 게 아닙니다. 그저 연극을 했을 뿐이에요.”
한국에서 15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시에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인터넷의 ‘가상 가족’이라는 설정은 시대의 변화를 비껴갈 수 없지만, 현실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관계와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모습, 그리고 그 관계가 현실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오히려 오늘날 더욱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모방범>에 등장했던 형사 다케가미 에쓰로와 <크로스파이어>의 이시즈 치카코가 이 낯선 사건을 함께 파고든다.
용의자들은 서로의 본명도, 얼굴도 몰랐던 사이.
다케가미는 심문 과정에서 이들이 왜 얼굴 없는 관계에 그토록 몰입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서부터 현실의 삶을 잠식했는지를 하나씩 짚어나간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들이 쫓는 것은 살인범만이 아니다.
이들이 진짜로 파헤치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위태로운 정의다.
<모방범>, <화차>의 미야베 미유키가 던졌던 ‘당신의 가족은 정말 당신을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혈연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완성된다면, 그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