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신 출판평론가..”출판을 둘러싼 산업 구조가 바뀔 것” ①

출판은 사라질 것인가. 종이책의 판매 부수는 줄고, 생성형 AI가 책의 요약과 정보 검색, 글쓰기까지 대신하는 시대다.

출판업계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출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출판을 둘러싼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는 김성신 출판 평론가와 북촌에서 만나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나라 출판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성신 출판 평론가는 2000년부터 출판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TBS <TV책방 북소리>, KBS1 라디오 <라디오 매거진 위크앤드> 등에 고정 출연하며 대중에게 책을 소개해 왔다. 현재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출판도시문화재단 및 (재)서울문학관홀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먼저 출판 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원래 시인이 되고 싶었고,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하루 종일 교정지만 들여다보느라 활자에 지쳐 버렸어요. 길거리 간판도 읽기 싫더라고요. 오히려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거죠. 그래도 출판계를 쉽게 떠날 수는 없었어요. 어렵게 선택한 길이었고, 출판산업 자체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그 무렵 김영수 선생 등이 출판평론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분들을 선망하게 되었죠. 그때 출판인도 지식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있구나 싶었어요. 문학평론은 오랜 전통이 있지만, 출판평론은 비평의 대상을 문학 작품에서 모든 출판물로 넓힌 것이죠. 그 새로운 직업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그렇게 출판평론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듣고 싶었던 출판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2000년대 초반 광운대 국문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그런데 당시 출판계에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돌면서, 출판인 스스로도 출판산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죠. 저 역시 출판에 미래가 없다고 여기던 터라, 젊은 학생들에게 출판을 진로로 권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출판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이 길로 오지 말라고 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그때 출판이 정말 미래가 없는 산업인지 다시 깊이 생각해 봤습니다.”

여기서 그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출판산업은 없어질 수 없는 산업이라는 겁니다. 인류의 문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출판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판의 본질은 당대의 문명이 생산해낸 인간의 지적 가치를 언어로 전환하여 저장하고, 책이라는 형태로 생산해 유통하여 다음 세대에게 연결하는 것이거든요. 그 역할은 없어질 수가 없어요. 형태는 변할 수 있지만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는 신문과 저널리즘을 예로 들며, 종이신문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서 저널리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듯이, 출판도 마찬가지로 다른 형태로 변화할 뿐이라고 강조하며, 출판 산업의 변화를 음반산업과 비교하여 말을 이었다.

“제가 출판의 미래를 고민하던 당시, 마침 MP3가 등장하면서 음반사들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어요. 음반산업도 출판처럼 콘텐츠를 다루지만 기반은 제조업이었죠. 음반이라는 물건을 만들어 팔던 산업은 무너졌지만 음악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기획사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SM을 필두로 YG와 JYP 등이 등장하면서 아이돌을 기획하고 매니지먼트하는, 그러니까 대중음악산업이라는 생태계에서 음반회사보다 상위에 서는 기업들이 생겨난 거죠. 결론적으로 출판산업도 머지않은 미래에 저술가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진화해 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핵심은 책 한 권을 판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작가가 가진 신뢰와 전문성을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요리사를 브랜딩한다면, 그의 책을 통해 신뢰자산을 극대화하고 이를 식자재나 주방용품 판매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 출판사는 단순히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역할을 넘어 작가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거죠. 과거에는 이미 유명해진 사람에게 출판사가 찾아가 책을 내자고 요청했다면, 앞으로는 출판사가 먼저 작가를 발굴하고 브랜딩해서 그 사람이 다양한 사업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구조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출판사가 얻는 수익의 구조도 달라지겠죠. 책 판매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작가의 브랜드를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업의 로열티와 브랜딩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다시한번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힘주어 강조했다.

“제가 20년 전부터 계속 해오던 이야기인데, 종이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출판산업의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출판이 종이책 제조업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시대가 출판에 요구하는 건 산업구조를 진화시키라는 건데, 이 요구를 외면하거나 들어주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겠죠.”

그러면서 그는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TV가 나온 뒤에도 라디오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종이책만의 장점이 있잖아요. 가령 어린이 그림책은 물성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종이책은 계속 존재할 거라고 봐요. 물론 시청각 요소가 필요한 책이 생겨나고, 더 고급화·다양화되는 등 달라진 환경 속에서 진화해 가겠죠. 책은 수백 년 동안 마치 바퀴의 역사처럼 본질적인 형태가 거의 바뀌지 않았어요. 요컨대 종이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책을 둘러싼 출판산업의 구조가 바뀐다는 얘기예요.”

그는 작가 에이전시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정보라 작가의 사례를 들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정보라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때, ‘그린북’이라고 정보라 작가의 에이전시가 있어요. 부커상은 처음에 열 몇 명을 후보로 발표하고, 한 달여가 지나면 후보를 줄여 다시 발표하는 식으로 최종 수상자를 뽑기까지 여러 달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작가를 충분히 홍보할 수 있다는 게 부커상의 특징이에요. 그때 제가 김시형 대표한테 최종 후보 6명까지 오르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죠. 그래서 최종 후보 6명에 올랐을 때 프레스센터를 대관해 기자회견을 했어요. 그때 관련 기사가 최종 선정 발표까지 한 달 반 내내 나왔어요. 결국 정보라 작가가 대중적으로 더욱 크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죠. 이때 에이전시가 없는 작가들이라면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크거든요. 좋은 작가들이 많아서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고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거예요.”

그가 아쉬워하는 것은 작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시스템의 부족이다.

“도떼기시장처럼 서울국제도서전 출판사 부스에 작가를 데려다 앉혀 놓는 식으로는 우리 작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습니다. 작가가 브랜딩이 돼야 국경을 넘을 수 있어요. 출판사의 기존 업무가 작가 브랜딩이라는 차원으로 발전해야 출판 산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출판 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산업 규모 자체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출판은 다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하는 매니지먼트는 작가를 상품화하는 일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문학 세계와 전문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것을 세계와 연결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이해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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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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