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작가 천쉐(陳雪)의 소설 <묘생묘세>가 돌베개에서 새로 나왔다.
<묘생묘세>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주인공 ‘샤톈’(夏天, ‘여름’이라는 의미)이 여름비가 내리는 날 우연히 찾아온 하얀 고양이와의 만남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소설은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공 샤톈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떠난 연인과의 예기치 못한 이별로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에게 어느 비 오는 여름날, 흰 고양이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샤톈이 고양이에게 ‘레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관계를 쌓아가고 그렇게 삶의 희망을 되찾는 과정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처음엔 단지 자신이 보살피는 존재라고만 여겼던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위로를 얻고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로 거듭나는 상호돌봄과 치유의 서사가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대만 작가 천쉐(陳雪)는 1970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나 대만 국립 중앙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5년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소설집 <악녀서惡女書>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데뷔했다.
30년 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천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만의 중견 소설가이자 대만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천쉐는 등장부터 대만 사회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첫 소설집 <악녀서>는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논란 속에 절판되었으나 독자와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지지 속에 복간되었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하기에 앞서 그는 이미 연인이자 문학적 동반자인 ‘짜오찬런’과 결혼을 발표했고, 법제화 첫날인 지난 2019년 5월 24일에 혼인 신고를 한 대만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작가이다.
<묘생묘세>는 원숙한 경지에 오른 대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 독자를 향한 각별한 감사가 담긴 소설이다.
작가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국 문학과 영화 등에 대한 애정을 보여온 그는 한동안 작가로서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힘을 얻고, <묘생묘세>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