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전] 가브리엘이 깨달은 것은?

더블린의 어셔스 퀘이(Usher’s Quay)에서 열린 연례 파티.

가브리엘은 아내 그레타와 함께 도착해 만찬 연설을 하며 자신의 지적 능력과 대학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파티 도중 경솔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유럽 문화만 좇는다는 비판을 들으며 당황하는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하객이 부르는 아일랜드 전통 민요를 넋을 잃은 채 듣고 있는 아내를 보며 애정을 느끼는 가브리엘은 아내가 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첫사랑 마이클 퓨리를 떠올렸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내는 마이클이 17세의 젊은 나이에 병을 앓다 자신이 수녀원으로 떠나기 전날 빗속에서 기다리다 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며 슬픔에 잠겨 울다가 잠이 든다.

이때, 가브리엘은 자신이 이미 세상을 떠난 한 소년의 그늘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브리엘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자신의 영혼이 죽은 자들의 세계와 함께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소설의 제목은 <죽은 자들(The Dead)>로,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의 마지막에 실린 작품이다.

<더블린 사람들>은 작가가 나고 자란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진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작품집 전체가 더블린이라는 도시와 그곳 사람들에 대한 거대한 인간 관찰 기록인 극사실주의 작품이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는 에피파니(Epiphany)기법을 현대 문학에 도입해 모더니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가이다.

에피파니는 기독교에서 동방박사들이 예수를 만나 신성을 깨달은 주현절에서 유래한 용어로 문학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에 사소한 사건을 통해 사물의 본질이나 존재를 번개처럼 깨닫는 경이로운 순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에피파니 중심의 소설은 극적인 사건 전개가 없이 스쳐가는 대화나 특정 풍경 등의 사소한 계기만으로 인물의 내면에 거대한 균열이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소설도 아일랜드 전역, 산과 들판, 그리고 외딴 공동묘지의 십자가 위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의 위에 눈이 내려앉는” 묘사로 마무리된다.

에피파니의 기법은 버지니아 울프의 <존재의 순간들>이나 마르셀 푸르스트의 ‘기억의 환원’ 등의 내면 묘사 기법으로 확대되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맛과 향을 느끼는 순간 모든 순간이 유년 시절로 돌아가는 것에서 유래된 푸르스트 효과는 인간이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경험을 하게 되는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적인 내면 묘사 기법이다.

‘푸르스트 효과’는 지금도 대중문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으로,  드라마 ‘하츠코이 (初恋, はつこい)’에도 주인공 야에가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를 들으며 잃어버린 첫사랑을 다시 기억해낸다.

이렇듯 어쩌면 우리 삶의 진실은 사소한 감각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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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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