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완 작가..”억지 위로보다 솔직하게 내 얘기들을 해 나가는 게 제 목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느낀 인상은 흔히 말하는 ‘척’ 하지 않는 진솔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나를 포장하거나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편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

작가 하완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브런치에 올린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 했다>가 첫 책이 되더니 판매부수 30만을 넘기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일본을 비롯해 태국, 러시아 등 전세계 9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일본 아마존 에세이 분야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먼저 첫 책 성공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첫 책 출간 이후 확실히 전보다는 불안함이 덜 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좀 생겼어요. ‘내 방식대로 살아도 되는구나’ 꼭 남들이 맞다고 하는 길로 가지 않아도 어떻게든 먹고는 사는구나 이런 믿음이 확실히 생긴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잘 될까? 이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믿음이 있어서 그런지 일감이나 수입이 많지 않은 상황에도 내가 뭘 만들어내면 또 많은 사람들한테 읽히고 알릴 수 있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나 <대충의 자세>도 책 제목은 열심히 사는 것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면 참 열심히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에게 일에 대한 생각과 대충의 자세를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일전에 출판사 직원들하고 같이 밥을 먹다가 어떤 대성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돈도 엄청 벌었다던데 다음 책을 또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제가 그때 “그렇게 돈이 많은데 뭐 하러 책을 써요?” 라고 말하니까 직원들이 다 뚱한 표정으로 저를 보는 거예요. 사실 ‘돈 많으면 일은 안 해도 돼’가 제 직업관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된 거죠. 일이라는 게 꼭 돈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 나의 표현이나 살아가는 즐거움일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대충의 자세>도 쓰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 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까 오히려 삶이 더 망가진다는 느낌이 좀 있었어요. 나의 일을 해야지 삶이 균형이 잡히는구나를 알게 됐던 거죠. 그러다 <대충의 자세>를 기획했고 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 해내서 저로서는 좀 뿌듯하죠.”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참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는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데 글을 쓸 때 어디까지 이야기할지 기준이 있는지 질문했다.

“당연히 있어요. 때론 불편할 수도 있는 개인사들은 물론 그런 부분까지도 드러내서 감동을 주는 글들도 있지만, 저는 그래도 얘기할 수 있는 선에서만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걸 숨기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얘기들을 솔직하게 하다 보니 그게 뭐 별 얘기는 아니더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얘기, 평범한 얘기라는 느낌을 받았던 거죠. 많은 작가들이 상처가 될 법한 힘든 시절의 얘기들을 가감 없이 했을 때 그걸 읽는 독자는 고마운 마음도 들잖아요. 다른 측면으로 볼 때 내 얘기를 하면서 제가 치유가 되는 거예요. 이걸 속에만 담아두는 게 아니라 얘기를 하면서 한 번 더 치유가 되는 거죠. 그래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저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작가가 저서에서 전하는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자칫 무기력을 정당화한다고 잘못 읽힐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가 한창 잘 됐을 때도 그런 항의 메일도 몇 번 받고 그랬어요. 근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같아요.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오독하는 사람은 오독하니까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고 자기 안에서 잘 체화시켜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받아들여 주셨다고 생각해요. 책의 주제가 ‘열심히 살지 마, 대충 살아’ 이런 메시지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너무 노력에 매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으니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살아보자’ 이런 메시지이기 때문에, 또 그게 잘 받아들여 졌으니까 책이 잘 나갔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 번아웃을 겪는 2030세대에게 작가가 해 줄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질문했다.

“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당시 일러스트레이터로 직장인으로 너무 바쁘게 살던 저는 번아웃이라는 정확한 명칭으로 제 증상을 진단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못 보고 그냥 최악으로만 바라보는 그게 번아웃인 거죠. 근데 또 객관적으로 바라본다고 치유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벗어나는 게 좋은데 그게 퇴사나 하는 일을 다 때려치는 게 아니라 가능하다면 긴 휴가라든지 이런 거를 가져보는 게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도 안 되는 환경이라면 내 마음이 더 무너지기 전에 일단은 멈추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무너진 마음이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그렇지 못하는 이유 중에 제일 큰 건 경제적인 상황을 포함한 어떤 두려움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멈춰도 전혀 문제 생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도 더 좋은 방향으로 풀린 것처럼. 그래서 기회도 그만두지 않으면 안 찾아오니까,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겁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여러 가지로 구상을 많이 하고 있는 단계인데요. 소설일 수도 있고 만화 쪽일 수도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제가 할 수 있는 안에서는 방법을 찾으려고요. 그게 프리랜서의 숙명이기 때문에 일단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쉽지는 않아요. 어쨌든 전혀 다른 쪽은 아닌 제가 하던 일에서 약간의 변주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다른 일을 하기엔 제 성향이 그렇게 도전적이지 못하기도 하고 늘 하던 거에서 조금 다른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나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러시아판이 나온다고 알려주는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일본을 비롯해 해외 여러 나라에 출간되었는데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다면 무엇인지 질문했다.

“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메일이 오는데요. 근데 다들 내용은 비슷해요. ‘나는 왜 이렇게 안 될까 자책만 했는데 내 잘못만은 아니구나, 사람 일이 노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닌 게 세상살이구나’ 이런 걸 느껴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등등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거든요. 그런 반응을 볼 때 보람을 느끼죠.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힘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니 책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앞으로도 그런 책들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나 재밌자고 하는 일이지만 그게 남한테 어떤 도움이 된다면 이것만큼 좋은 직업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대놓고 내가 사람들을 위로해야지 하고 쓰는 거는 진짜 위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짜 위로인 것 같고. 예전에 봉준호 감독님이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얘기를 하셨듯이, 내 개인적인 얘기도 나만의 시각을 담아서 솔직하게 풀어 놓으면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해요. 그래서 억지 위로보다 솔직하게 내 얘기들을 해 나가는 것, 그게 제 목표입니다.”

가짜 위로가 아닌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로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작가가 건네는 또 다른 이야기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광화문 거리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쩐지 더 편안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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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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