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확인된 사실
창립자 강병선 전 대표는 보유 지분 41.5% 전량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는 다른 주주들에게 “세대가 바뀌었고, 우리가 출판업을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취지로 동반 매각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3일, 강 전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인수의향서를 낸 4곳 가운데 다우키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내건 조건은 세 가지다. 전통 출판을 존중하면서 IP 사업을 준비할 역량, 문학인의 권리 존중과 문화예술 사업 의지, 편집권을 포함한 임직원 권리 보장이다. 실사와 계약을 거쳐 매각은 내년 2~3월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매출 369억 원, 영업이익 71억 원을 올렸다. 매각가는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
보도가 엇갈리는 지점도 두 군데 있다. 첫째, 동반 매각이다. CBS노컷뉴스는 10월 20일 주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흘 뒤 한겨레는 합의 또는 위임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둘째, 김소영 공동대표의 사임 사유다. 노컷뉴스는 매각 이견설을 추측으로 다뤘고, 한겨레는 매각에 반대해 사임을 표명했다고 썼다. 회사는 아직 공식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거래 전망: 성사 가능성은 높고, 변수는 그룹 안에 있다
창업자가 직접 직원들 앞에서 발표했고 기타 주주들도 대체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
변수는 인수자 쪽에 있다. 다우키움은 지금 중앙일보 인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다우키움이 CJ·㈜신세계와 꾸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는 5000억 원대로 알려졌고, 컨소시엄 내부 지분은 다우키움 50%, CJ 30%, 신세계 20% 안팎으로 나누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룹의 자금과 경영진의 관심이 어느 쪽에 먼저 쏠릴지는 분명하다. 관심이 적으면 간섭도 적을 수 있다. 다만 대기업에 편입된 작은 계열사가 걷는 일반적인 경로는 독자적 판단의 여지가 넓어지는 쪽보다 그룹 표준의 경영관리가 들어오는 쪽이다.
‘문학 IP’라는 명분의 빈틈
이번 매각의 명분은 IP다. 강 전 대표는 매각 배경을 설명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예로 들었다. 다우키움은 웹툰·웹소설 기업인 키다리스튜디오와 레진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겉으로는 아귀가 맞는다.
그러나 출판 계약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빈틈이 보인다. 하루키 소설에 대해 한국 출판사가 쥔 것은 통상 한국어판 출판권이다. 웹툰화나 영상화 권리는 문학동네의 자산이 아니다. 국내 작가의 2차적 저작물 권리도 계약서에 별도 조항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작가에게 있다. 인수자가 실제로 사는 것은 권리의 묶음보다 30여 년간 쌓인 작가들과의 관계와 신뢰에 가깝다. 이 자산은 소유권 이전이 안 된다. 매각 이후 신규 출판계약서에 2차 저작권 조항이나 우선협상권 조항이 강화되고, 작가들이 이를 변질로 받아들인다면, IP를 키우겠다는 인수 논리가 그 IP의 원천을 스스로 허물게 된다.
2021년 위지윅스튜디오의 고즈넉이엔티 인수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장르소설은 처음부터 영상화와 웹툰화를 전제로 계약이 오가는 생태계다. 문학동네의 목록을 떠받쳐 온 것은 시집과 평론, 그리고 영상화 여부와 상관없이 쓰인 소설이다. 같은 ‘IP 인수’라는 말로 묶이지만 자산의 성격이 다르다.
문학동네 내부에서 예상되는 변화
① 지배구조: ‘3-3-3 체계’는 유지될 수 있는가
문학동네는 내부 승진자가 전임 대표와 3년 공동대표, 3년 단독대표, 후임과 다시 3년 공동대표를 맡는 방식으로 경영을 이어 왔다. 편집자 출신이 경영권을 넘겨받도록 설계된 장치이고, 문학동네식 편집 자율성은 이 구조 위에 서 있었다. 김소영 대표가 이달 말 물러나면 이현자 대표 단독 체제가 된다. 다음 대표를 내부에서 뽑는지, 그룹에서 보내는지를 보면 편집권 보장 약속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다. 계약서의 어떤 조항보다 이 인사가 먼저 답을 내놓을 것이다.
② 편집권 보장 약속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판테온 사례에서 읽어야 할 것은 시차다. 랜덤하우스가 판테온을 인수한 해는 1961년이다. 편집 자율성이 정면으로 무너진 해는 경영진이 바뀐 1990년이다. 29년이 걸렸다. 인수 직후의 약속은 대개 지켜진다. 약속이 시험받는 시점은 경영진이 한 번 교체된 뒤, 그리고 처음 적자가 난 해다. 그래서 따져야 할 대상은 계약서 문구 자체보다 그 문구를 지킬 장치다. 편집위원회의 권한, 대표 선임 절차를 정관에 명시하는지가 핵심이다.
③ 수익을 내지 않던 부문부터 계산대에 오른다
계간 「문학동네」, 각종 문학상, 시인선은 돈을 벌기보다 문단 안에서 문학동네의 위상을 만들어 온 부문이다. 그룹의 수익성 잣대가 들어오면 이 부문들이 가장 먼저 재평가 대상이 된다. ‘IP 발굴 채널’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거나, 아니면 축소 압박을 받게 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문예지와 문학상의 성격은 바뀐다.
④ KKR의 사례를 문학동네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사이먼앤드슈스터는 사모펀드 KKR에 인수된 뒤 오히려 투자가 늘었다. 그러나 그 투자는 언젠가 회사를 되팔아야 하는 펀드가 몸값을 올리는 방식이었다. 다우키움은 펀드가 아니다. 사업을 직접 꾸리려는 전략적 투자자다. 따라서 작동할 압력의 종류도 다르다. 재매각 압박 대신 계열사 시너지 압박이 온다. 좋은 작품을 그룹 웹툰·웹소설 플랫폼에 먼저 넘기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런 요구는 인력 감축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원고를 고르고 어떤 작가를 붙잡을지, 편집의 판단 기준 자체를 조금씩 바꿔 놓는다.
출판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
① 출판사의 값을 매기는 기준이 바뀐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매출 369억 원에 영업이익 71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20%에 가깝다. 주주들도 이번 매각이 불황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영에서 물러난 창업자가 지분을 정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한 선택이다. 다만 위기에 몰려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거래에서 무게가 실리는 것은 생존보다 값을 어떻게 매기느냐다. 그 값을 설명하는 언어로 선택된 것이 IP다.
문학을 원천 IP로 보는 흐름은 이번 거래가 만든 것이 아니다. 2018년 NHN이 위즈덤하우스의 최대주주가 됐고, 2021년 위지윅스튜디오는 고즈넉이엔티를 인수하며 IP와 그 발굴 시스템을 인수 이유로 내세웠다. 출판 기획 단계에서 영상화 가능성을 따지는 일도 이미 낯설지 않다. 이번 거래가 다른 점은 장르 출판사가 아니라 국내 1위 문학 출판사가 같은 논리로 거래된다는 데 있다. 문학동네가 IP를 근거로 값을 인정받으면, 승계를 고민하는 다른 출판사들도 자기 목록을 IP의 언어로 다시 설명하려 할 것이다. 이번 거래는 이미 진행 중인 흐름을 문학 출판의 중심부까지 끌어들이는 계기가 된다.
이때 드러나는 것이 출판사 안의 교차 보조 구조다. 베스트셀러가 번 돈으로 시집과 평론집, 신인의 첫 책을 내 온 것이 문학 출판의 오래된 방식이다. 출판사를 하나의 몸으로 볼 때 이 구조는 자연스럽다. 목록을 IP 단위로 쪼개 평가하기 시작하면 시집과 평론집은 수익이 낮은 항목으로 따로 보이게 된다. 그 평가가 장부에 머물지, 다음 해 출간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칠지가 지켜볼 지점이다.
② 작가 계약을 둘러싼 긴장이 커진다
1위 출판사의 계약서는 업계의 견본 노릇을 한다. 문학동네가 신규 계약에서 2차 저작권이나 영상화 우선협상권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다른 출판사들의 계약 관행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2020년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가 갖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출판사가 문학상을 매개로 작가의 권리를 확보하려 한 실제 사례다. 문학동네 역시 문학동네신인상, 문학동네소설상, 젊은작가상으로 신인을 길러 온 출판사다. 협상력이 약한 신인의 등단·수상 경로에 계약 조건이 붙을 가능성은 따져 볼 만하다.
그러나 같은 사례는 반대 방향도 보여 준다. 당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수상을 거부했고, 전년도 대상 수상자 윤이형 작가는 절필을 선언했다. 작가들의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운동이 이어졌다. 문학사상사는 논란 직후 문제의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작가들은 불리한 계약 조항에 집단으로 맞서 출판사의 입장 변화를 끌어낸 경험이 있다. 인수자가 계약 조건을 바꿀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따져야 할 것은 강 전 대표가 내건 ‘문학인 권리 존중’이라는 조건이 실제 계약서에 어떤 문장으로 구현되는가다.
중소 출판사의 처지는 더 복잡하다. 계열 플랫폼을 가진 대형 출판사가 “웹툰과 영상까지 연결된다”는 조건을 내걸면, 작가 확보 경쟁에서 중소 출판사가 불리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중소 출판사들이 외부 제작사나 에이전시와의 협업으로 활로를 찾을 여지도 있다. 판도가 한쪽으로 쏠릴지, 새로운 협업 구조가 생길지는 아직 열려 있다.
③ 2015년의 쇄신이 남겨 둔 질문이 돌아온다
2015년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문학동네는 ‘문학권력’의 한 축으로 지목됐다. 당시 젊은 작가들은 문학상과 등단 제도를 앞장서 비판했다. 작품을 내는 출판사가 문예지와 문학상까지 함께 운영하며 평가와 출간을 한 손에 쥔 구조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문학동네는 그해 가을 강태형 대표와 계간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 6명이 함께 물러나는 방식으로 책임을 졌다.
그때 물러난 것은 경영과 편집이었다. 소유는 그대로 남았다. 강태형 전 대표는 최대주주로 남았고, 11년 뒤 이번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의 쇄신은 문단 권력의 운영 방식을 손봤지만, 그 권력을 떠받치는 소유 구조까지 다루지는 않았다. 이번 매각은 그 소유 구조가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새 소유주가 들어오면 이해충돌의 질문도 형태를 바꿔 돌아온다. 다우키움은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CJ·신세계와 꾸린 컨소시엄에서 최대주주를 맡을 것으로 알려진 채 중앙일보 인수에도 나서 있다. 두 거래 모두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단계이고, 중앙일보는 3사가 지분을 나누는 구조다. 이것만으로 출판과 언론의 수직계열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거래가 성사되면 같은 자본의 영향권 안에 있는 신문이 같은 영향권의 출판사 책을 다루는 상황이 생긴다. 이때 그 관계를 독자에게 밝히는가는 기존 언론 윤리의 원칙만으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는 문제다. 같은 자본과 관계된 출판사의 책을 다룰 때 관계를 표기하는 것, 계열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작품의 계약 조건을 투명하게 하는 것. 십여 년 전 문단 권력을 따져 묻던 비평이 이번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구체적이다.
결론
문학동네는 한강과 하루키의 책을 내는 출판사다. 30여 년 동안 쌓아 온 목록은 한 회사의 재고라기보다 한국 문학의 공적 자산에 가깝다. 그 소유 구조가 바뀌는 일을 공론장에서 다루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의미는 정보가 균형 있게 공개될 때만 성립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대부분 매각자 쪽의 이야기다. 몇 곳과 접촉했고 몇 곳이 의향서를 냈는지, 인수자를 고르며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 접촉한 기업 가운데 AI 기업은 없다는 설명까지 차례로 보도됐다. 외부 자본에 대한 우려에 “지금의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인수자가 아니라 기존 주주들이었다. 인수자가 그 조건에 대해 무엇을, 어떤 구속력으로 약속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매각자의 조건만 알려지고 인수자의 약속은 비어 있는 상태에서의 보도는 공론화라기보다 한쪽 서사의 확산에 가깝다.
정작 다뤄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출판산업의 어떤 전문성과 특수성이 존중받고, 어떤 것이 무시되는가. 편집권 보장은 계약서와 정관에 어떤 문장으로 들어가는가. 내부에서 대표를 길러 온 ‘3-3-3 체계’는 유지되는가. 계간지와 문학상은 지금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가. 기존·신규 저자 계약에서 2차 저작권은 어떻게 다뤄지는가. 이런 질문이 빠진 채 매각 경과만 흘러나오면, 출판계는 정작 알아야 할 것은 모른 채 동요만 떠안게 된다. 매각 추진 사실부터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고, 문학동네에 원고를 맡긴 작가들이 어떤 경로로 이 소식을 들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이번 매각이 내세운 명분은 IP다. 그러나 문학동네가 30여 년 동안 쌓아 온 것은 작가와 독자의 신뢰다. 신뢰는 장부에 올릴 수 없고, 소유주가 바뀐다고 함께 넘어오지도 않는다. 새 주인이 이 차이를 이해하고 편집의 자율을 제도로 지켜 낸다면, 문학동네는 문학 출판이 자본과 손잡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한국 출판은 가장 큰 문학 출판사를 잃고 IP 공급처 하나를 얻게 된다.
매각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이러한 점들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문학동네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뒤이을 출판사들의 매각 조건이 달라지고, 자본이 한국 출판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일은 매각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출판계 전체의 몫이다. (글 / 김성신 출판평론가)